子曰: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자왈, 옛것을 연구하고 더불어 새로운 것을 알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고전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현대 문화 콘텐츠다!
옛 것을 연구했으니 이제 새로운 것을 살펴볼 차례.
에픽레터가 온고지신(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안다)의 정신을 실천합니다.
안녕하세요, K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본 적이 있으신가요? 가끔은 타인의 마음을 아는 것보다 스스로의 마음을 아는 게 어려울 때가 있죠. 묘하게 짜증나고 화나고 지치는데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을 때 말이에요. 그럴 때면 누군가가 꽁꽁 숨겨놓은 내 마음을 살펴서 딱 짚어주면 좋겠다 싶어요.
오늘은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마음을 직접 살피기는 어려우니까 다른 콘텐츠의 도움을 받아보려 합니다. 바로 옛날이야기의 도움이요!
** 본 콘텐츠에는 한국문학치료학회 문학심리분석상담사 자격관리위원회에서 배포·운영하는 MMSS 진단지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허가 없이 내용을 활용하실 경우 저작권에 위배될 수 있습니다.**
옛이야기로 마음읽기 : 보자가자 읽어보자
여덟 번째 콘텐츠는 심리테스트입니다. 심리테스트야 유행한 지 오래니까 특이할 게 없죠. 그런데 마음을 살펴보는 수단이 옛이야기라면 어떨까요? 옛날이야기로 심리테스트를 한다고?! 귀가 솔깃하시지 않나요?MMSS는 (Magic Mirror for the Story-in-depth of Self)의 약자로, 국내외 20여개의 옛이야기로 마음을 진단하는 '자기서사 진단지'입니다.
이야기를 읽고 각 이야기마다 정해진 질문에 답변하면, 이를 본 전문가가 답변을 해석하며 참여자의 성향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활용됩니다. 이번 시간에는 많은 이야기 중 폭주족님이 성향이 잘 드러나는 몇 개의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심드렁찐수다>의 진정한 찐찐따 J님의 마음을 제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저는 정식으로 심리를 공부한 상담가가 아니고 서사(이야기)를 오래 공부한 사람으로서 이런 이야기에 이렇게 반응하는 게 특이하다, 이런 성향이 있는 게 아닐까? 정도를 추측하는 겁니다. 재미로 봐주세요!)
하나, 겉폭속베 : 겉은 폭주족이나 속은 베스트 드라이버
첫 번째 이야기는 <잭과 콩나무>입니다. 어릴 적 한 번쯤 접해본 이야기일 텐데요. 네 잭이 콩을 심었는데 하늘까지 콩나무가 뻗어 올라가서 거인을 만나 어쩌구저쩌구~ 하는 그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 폭주족님께서 답을 하셨는데요, 그 답에서 폭주족님의 첫 번째 성향이 잘 드러났습니다.
잭과 콩나무 이야기 읽기
<잭과 콩나무>를 읽은 폭주족의 답변
모든 이야기에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그리고 독자가 얼마나 주인공의 행동에 이입하고 응원하느냐에 따라 독자의 서사 접속도가 결정됩니다. 쉽게 말해 ‘서사 접속도’란 독자가 이야기에 얼마나 몰입하느냐입니다.
폭주족은 잭과의 접속을 완강히 거부했어요. 젖소와 콩을 바꾸지 않겠다고 답하고, 마지막에는 “젖소를 콩과 바꾸는 잭이 비호감”이라는 감상까지 적었습니요. 막연한 도전이나 모험, 엉뚱함을 거부하는 모습입니다. 맥락에서 벗어나 갑자기 툭 튀는 행동을 싫어하고, 인과관계, 논리성 등을 중요시하는 특징을 찾을 수 있었어요.
이에 대해 폭주족은 크게 공감하며, 평소에도 지나치게 판타지가 부각된 게임이나 짱구같은 캐릭터를 싫어한다고 했어요. 악당을 물리치는 모습에서는 통쾌함을 느끼지만 일상에서 짱구가 갑자기 튀는 행동을 하면 약간의 거부감이 든다고 답했습니다. “나라면 잭처럼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잭이 비호감이다” 정도의 간단한 답변이었지만 폭주족의 성향을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답변이었습니다.
둘, 살짝쿵 윗사람은 어려워
두 번째 이야기는 <내 복에 산다>입니다. 제주도에서 전해지는 신화로, 전국에서 비슷한 내용의 옛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그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는데요. 이 이야기에서 폭주족은 아주 독특한 반응을 보입니다.
내 복에 산다 읽기
<내복에 산다>를 읽은 폭주족의 답변
이야기 속 가장 핵심 인물은 집을 나가 부자가 되는 막내딸이며, 이야기 핵심 사건은 막내딸과 부모의 다툼과 화해입니다. 그런데 폭주족은 주인공이나 부모가 아닌 두 언니의 행동에 큰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한 대화를 나누면서도 “근본적인 문제 원인은 언니들이다. 언니들이 동생을 쫓아내고 부모도 장애를 얻게 만들었을 것”이라며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굉장히 특이한 반응이었습니다. 이야기 속 언니들을 유독 미워한다는 말에 폭주족은 매우 공감하며 “후배나 친구 동기가 잘하면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는데 1-2살 차이 나는 윗사람의 말에는 반발심이 든다”고 대답했어요. 그러면서 자신의 성향이 옛날 이야기를 통해 드러난다는 걸 매우 놀라워 했습니다. 이야기에서 비중이 낮은, 조연 인물을 통해 폭주족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밖에도 두 이야기를 더 살폈는데, 서로가 “이 이야기에 그런 반응을 했다고?!” 놀라면서 끝도 없는 수다를 떨었습니다. (둘이 어찌나 수다를 떨었는지 돌고 돌아 깻잎 논쟁까지 갔다는 게 함정)
사실 우리가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경험을 새롭게 느끼지 않잖아요. 그런데 옛날 이야기는 이야기를 읽고, 서사의 빈공간을 채워보며 나를 돌아보는 과정이 참 재밌었어요. 그간 폭주족님과 다양한 영화·소설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이렇게 서로의 성향을 파악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저와 가까운 주변 사람들과 해봐도 재밌겠다 싶었습니다.
당신이 관심 있는 그 콘텐츠로 두 찐따가 수다 떨어 드립니다. 심심할때 드렁, <심드렁 찐수다>! 풀 버전 감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