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들 안녕
좋아보여 잘 지내나봐.. 우리가 헤어질 때가 여름이었는데 어느덧 가을이 왔어.. 그동안 잘 지냈니? 헤어질 때 약속을 지키러 왔어.
구독자들은 신경도 안 쓰는데 혼자 레터 쓰며 질척거리는 중
7월에 우리가 헤어질 때 K가 했던 말 기억하니? 술을 주제로 썰을 풀어보겠다는 말. K는 요즘 그 말을 열심히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에픽레터 특별편 오늘은 K의 우당탕탕 팀플기와 술과 설화가 섞인 유튜브 채널, 음주설화를 소개할게.
대표 曰 : 술이 좋으면 술을 마시면서 일해보세요.
저는 애주가입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술 마실 때가 제일 행복해요. 회사에서 처음으로 회식하던 날, 잔뜩 흥에 오른 제게 대표님은 말씀하셨죠. “K님은 술 이야기하면 표정부터 달라지시네요.” 그때는 몰랐죠. 술을 마시며 흥겨워하는 제 모습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유난히 덥던 어느 날, 대표님은 저를 불러 말씀하셨습니다. “K님, 설화와 술을 결합한 콘텐츠를 찍어보시겠어요?”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술을 마시면서 일하라고? 이거 완전
이득 아닌가?’ 그리고는 말했죠. “정말요? 좋.. 좋아요.
”
그렇게 저는 무덤 속으로 스스로 걸어가고 말았습니다. 아아, 어쩐지 올 여름은 너무 더워 맥주가 그렇게 땡기더니. 음주설화가 탄생하기 위해 초여름부터 저는 그렇게 맥주를 들이켰나봅니다.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길을 떠났던 콜럼버스의 심정이 되어
대표님은 저와 함께 일할 사람들을 모아주셨습니다. 구성원 대부분이 술 대신 커피를 좋아하는 회사에서 보기 드문 음주가들을 말이죠. 제 손에 법인카드를 쥐어주시면서 대표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재밌게 만들어보세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콘텐츠를 만들어 본 분들은 아마 공감하실 겁니다. ‘재밌다’라는 말의 무게를. 재밌는 콘텐츠 만들기? 드럽게 어렵습니다. 세상에서 ‘재밌다’만큼 의미가 풍부한 말이 없을 거예요. 게다가 회사에서 카드를 쥐어준다? 책임감이 어깨를 짓눌러 땅에 박힐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책임감에 어깨는 무겁지, 무엇을 어떻게 재밌게 만들지 막막하지. 머릿속에 물음표를 가득 안고 저희는 길을 떠났습니다. 마치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길을 떠나던 콜럼버스처럼요.
설화가 재밌을 수 있는 방법
그렇게 떠난 항해는 순탄치 않았습니다. 포맷을 2-3번 갈아 엎기도 하고 찍었다가 못 올린 영상도 많구요. 무엇보다 신화나 옛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적다는 게 참 힘들더군요.
워낙 갈피가 잡히지 않고 포맷이 이리저리 바뀌니 콘텐츠를 만들며 저희끼리 “설화를 누가 좋아할까?” 고민해봤어요. 그랬더니 설화를 좋아할 것 같은 사람이 딱 두 부류 나오더군요. 하나는 K같이 공부하는 사람들. 다른 하나는 설화에서 자료를 찾아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창작자들. 가장 중요한 부류는 없었습니다. 바로 전공자도, 창작자도 아닌 일반 사람들 말이에요.
설화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솔깃할 수 있는 콘텐츠는 없는 걸까요? 퇴근 후에 맥주 한 캔 하며 즐길 수 있는, 그런 설화 콘텐츠 말이죠.
취해야 일할 수 있다. 미친 3인방의 음주 일지
저희의 항해는 현재 진행중입니다. 지금 가는 길의 끝에 정말 재밌는 설화 콘텐츠라는 신대륙이 있을까요? 꼭 처음 계획했던 대륙이 아니더라도, 다른 장소라도 어디엔가 닿기만 하면 좋을텐데 말이죠.
조금은 순탄치 않아도, 거친 파도에 힘들어도 이렇게 가다 보면 언젠가는 북유럽 신 토르처럼 한국 신 바리데기, 할락궁이, 자청비 등이 널리 사랑받는 날이 오겠죠.
저희의 길고 먼 항해에 여러분도 맥주 한 캔 들고 함께 하시는 건 어떨까요?
매주 목요일 오후 6시, 음주설화가 여러분을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