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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종교? 불교? 유교? 2

발행일
2022/01/04
검수완료
에디터
에디터J
코너
산멕이되우재밌잖소
지난 레터에서는 산멕이에 등장하는 여러 신과 존재들이 불교, 유교, 민속종교라는 고정된 범주를 넘어서복잡하게 얽혀있는 모습을 함께 보았습니다. 그리고 얽힘의 원인에는 사회적 환경, 참여자들의 욕구, 종교인들의 전략 등 하나로 꼽기 어려운 여러 이유들이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산멕이에 드러나는 이러한 얽힘을 더 잘 이해해보려 합니다.
함께 살펴볼 첫 사례는 마리아관음입니다. 마리아관음은 이름 그대로 성모 마리아와 관세음보살이 결합된 상징을 일컫습니다. 마리아관음을 성상으로 만든 마리아관음상은 일본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여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16세기 일본은 서양에 문호를 열고 교역을 시작했습니다. 무역을 하던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통해 선교사들이 일본에 가톨릭을 전파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규슈 지역을 중심으로 가톨릭 신자의 수가 점점 늘었고, 일본의 권력자들은 가톨릭 신자들이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강하게 가톨릭 신자들을 억압했고, 심지어는 박해와 학살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가톨릭 박해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소설이 바로 엔도 슈샤쿠의 《침묵》입니다. 《침묵》은 최근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본론으로 돌아와 박해기의 일본 가톨릭 신자들은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가톨릭 신앙을 유지하면 죽임을 당할 수 있었고, 가톨릭 신앙을 버리기에는 개인적인 양심을 거슬러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마리아관음상을 제작했습니다. 마리아관음상은 겉으로는 불교의 관세음보살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아기예수를 의미하는 아이를 품에 안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바닥면이나 뒷면에 작은 십자가가 새겨져 있기도 합니다. 여성성과 자애로움을 의미한다는 공통점을 가진 마리아와 관세음보살은 박해의 상황 속에 놓인 가톨릭 신자들에 의해 결합되었습니다.
울산 대곡박물관의 마리아관음상 출처 : 울산시 공식 블로그
다음으로 살펴 볼 사례는 WCC(세계교회협의회) 총회에서 등장한 정현경의 초혼제입니다.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였던 정현경은 1991년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 총회에서 한 꼭지를 맡았습니다. 그는 여성 및 제3세계 대표 자격으로 “성령이여 오소서 – 만물을 새롭게 하기”라는 제목의 기조강연을 진행했습니다. 강연에는 한국의 초혼제와 총회가 열린 호주 선주민의 음악, 의례가 사용되었습니다. 정현경은 강연 속에서 기독교의 성령과 아시아의 여성 신들을 연결해서 이해했고, 민속종교의 강신 퍼포먼스를 본떠서 과거로부터 현대의 걸프전쟁에까지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들을 차례로 호출하기도 했습니다.
이 퍼포먼스는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퍼포먼스 이전에도 세계교회협의회 내에서는 기독교와 다르다고 여겨지는 믿음과의 상호작용은 계속해서 논쟁적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정현경의 강연은 세계교회협의회 외부의 학자들과 신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현경에게는 기독교와 한국의 민속종교 그리고 호주 선주민의 문화가 만나야 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정현경의 개인적인 삶 속에서 그의 어머니는 일제강점기에 종종 볼 수 있던 ‘씨받이’의 삶을 살았습니다. 정현경은 ‘정실부인’이었던 공식적 어머니의 장례를 치루고 난 이후에야 낳아준 어머니의 얼굴을 처음 보았다고 합니다. 그에게 ‘어머니의 한(恨)’은 자신의 삶과 세계를 이해하는 기초였습니다. 자신의 실존적인 자리 위에서 마주한 기독교는 필연적으로 한국적인 한과 상호작용했습니다. 그리고 정현경은 한국 여성의 ‘한’을 풀어주는 새로운 사제로서 그리스도를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현경은 자신의 삶과 실존 위에서 여러 종교적 상징과 의례를 엮어냈습니다.
정현경의 초혼제 중 한 장면 / 출처 : 웹진 <제3시대>
산멕이 이야기를 하던 도중 왜 갑자기 마리아관음과 초혼제 이야기를 했을까요? 이번 레터에서 함께 살펴본 두 사례들은 산멕이에 왜 다양한 신들이 섞여서 등장하는지를 이해하게 해주는 단서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레터를 떠올려 본다면, 종교적 요소들과 신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벽을 높이 치고 있기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연결되어 나타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얽힘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마리아관음은 사회적 배경이 만들어내는 얽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정현경의 초혼제는 개인의 실존적 측면에서 얽힘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산멕이 역시 인구 감소라는 사회적 변화에 의해, 태백산에서 산멕이하던 분들이 다른 지역으로 편입되며 문수보살에 대한 신앙이 얽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산멕이 역시 군웅신을 광의의 조상으로 이해하는 공동체와 개인들의 믿음이 유교적 위패와 군웅을 한 공간에 자리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산멕이는 다양한 상징과 신화, 신들과 의례가 분리되어있기보다 삶의 자리에서 연결되고 얽혀있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행복한 새해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다음 레터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에디터 J 드림
참고자료 정현경. 「오소서, 성령이여, 만물을 새롭게」, 『기독교사상』,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