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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본 산멕이 5: 군웅과 놀다

발행일
2021/11/23
검수완료
에디터
에디터J
코너
산멕이되우재밌잖소
이번 한 주도 잘 보내시고 계신가요? 지난 레터에서 산과 조상을 모시는 의례를 함께 보았습니다. 군웅신을 모시는 군웅굿 역시 동일한 차원에서 넓은 의미의 조상을 모시는 의례입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산멕이에서 군웅신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그리고 군웅굿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산멕이에서 이해하는 군웅

군웅신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군웅신은 많은 경우에 군사와 관련된 신이나 장군신으로 이해됩니다. 경기 지역에서는 을지문덕과 같은 역사 속의 장군이 신이 되는 경우에 군웅신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황해도의 군웅굿놀이에서는 제물로 바쳐진 돼지에 칼과 창을 꽂아 군웅신을 모십니다. 삼지창 위에 꽂혀있는 돼지를 상상한다면 군웅신은 조금은 폭력적이고 무서운 신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산멕이에서 이해하는 군웅조금 다른 모습으로 상상됩니다. 산멕이에 참가하는 분들은 군웅신을 무서운 신이라기보다, 넓은 의미에서 신화 속의 시조로 생각합니다. 직접 산멕이에 참여하는 분들이 들려준 군웅 이야기를 옮겨보겠습니다. 원래 들은 이야기는 더 길지만 조금 줄여보았습니다.
옛날옛적 태곳적에 설산이 있었다. 산에는 마고할미가 살고 있었는데, 마고할미가 한날 한꺼번에 아들을 다섯 명 낳았다. 다섯 아들이 동시에 태어나서 누가 첫째고 누가 막내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마고할미는 아들들을 구별하기 위해서 각각 빨강, 파랑, 노랑, 검정, 흰색의 오방색으로 옷을 지어 입혔다. 그 중에서 흰 옷을 입은 아들이 우리 민족의 조상님이다. 그런데 흰 옷을 입은 조상님이 설산에서 살다보니, 설산은 눈이 많이 와서 사람이 먹을 곡식도 잘 자라지 못하고 동물을 먹일 풀도 잘 자라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동쪽에서 날아온 청조새가 말하길 “붉은 해가 뜨는 곳으로 가면 들판도 넓고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있으니 찾아가라.” 이 말을 들은 흰 옷 입은 조상님은 자신의 문중과 가축을 이끌고 동방으로 왔다. 동방 조선 땅에 와서 곡식을 기르고 짐승을 키우니 점점 커져서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북쪽에서 땅을 뺏으려 군대가 왔다. 흰 옷 입은 조상님은 자손을 이끌고 나가 군대를 물리쳤다.
산멕이에 참가하는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군웅신은 흰 옷을 입고 이 땅에 나라를 세운 조상님이기도 하고, 소와 가축을 잘 돌보는 소의 삼신이기도 하고, 곡식을 불리는 풍요의 신이기도 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장군신이기도 합니다. 넓은 의미의 조상님과 풍요의 신이라는 이해도 있지만, 앞서 다른 지역의 군웅 이해와 마찬가지로 군사적 능력이 뛰어나다는 생각 역시 존재합니다. 하지만 차이점은 다른 지역의 군웅 이해와는 다르게 산멕이에 참가하는 분들은 군웅신을 ‘싸우면 잘 싸우지만, 웬만하면 싸움을 피하고 꺼리는 신’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다른 지역의 군웅 의례와 달리 돼지를 잡는다거나 칼과 창으로 동물의 피를 내는 의례는 꺼립니다.
군웅신의 신체인 둑의 모습

2. 군웅굿

혹시 지난 레터에 나온 신체(身體)라는 표현을 기억하시나요? 신체는 신의 몸이라는 뜻으로 지난 레터에 등장한 산의 신체는 부엌에 올려둔 새끼줄이었습니다. 군웅신의 신체는 “둑”이라고 부릅니다. 둑은 새끼줄을 꼬아 만들 구조물 가운데 창이 꽂혀있고, 그 위에 소머리가 그려진 바가지를 씌운 형태입니다. 그리고 구조물의 새끼줄 사이에는 삼베 조각이 박혀있습니다. 이 둑은 군웅굿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습니다. 군웅굿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살을 쳐내는 것입니다. 살은 쉽게 말해서 좋지 않은 기운입니다. 살을 쳐내기 위해서 당주가 둑의 창을 들고, 각 집집의 대표들이 창에 연결된 새끼줄을 붙잡습니다. 그리고 당주는 여러 집들의 제사상과 사람들 사이를 다니며 창으로 나쁜 기운을 물리칩니다. 제당터를 돌며 나쁜 기운을 물리친 뒤에는 집집마다 다니며 둑에 박혀 있는 삼베 조각을 뽑아가게 해줍니다. 군웅신의 신체인 삼베 조각을 나눠가진 사람들은 이 조각을 집에 두거나 지갑 속에 넣어둡니다. 이 조각은 축복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군웅신은 농사, 가축, 군사의 신이기에 농사를 짓는 집은 풍요를, 소를 키우는 집은 소들이 새끼를 잘 낳기를 또 가족을 군대에 보낸 집에서는 가족의 건강을 빕니다. 강한 힘으로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풍요를 빌어주는 의례는 군웅신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그래서 살을 치는 것과 축복하는 것 외의 절차도 있지만, 저는 이 두 가지 의례가 군웅굿에서 가장 중요한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군웅굿의 한 순서에서 군웅탈을 쓴 무속인
지난주와 이번 주의 레터를 통해, 신화적 시조이자 표범신인 산, 가까운 3-4대 위의 조상 그리고 신화적 시조인 군웅을 모시는 세 가지 의례를 함께 보았습니다. 조상과 함께 논다는 산멕이의 목적을 생각하면, 이 세 의례가 산멕이에서 가장 핵심적인 순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 주에는 산멕이의 절차를 다루는 마지막 순서를 소개하려 합니다. 다음 레터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에디터 J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