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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본 산멕이 4: 조상들과 놀다

발행일
2021/11/16
검수완료
에디터
에디터J
코너
산멕이되우재밌잖소
이번 한 주도 잘 보내시고 계신가요? 이번 레터에서는 이어지는 산굿과 조상맞이를 함께 보겠습니다.

1. 산굿

산굿은 지난 레터에서 확인한 산신(山神)과 다른 “산”을 맞는 의례입니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산은 범을 상징하는 범신입니다. 조금 헷갈리시죠? 마지막으로 확실하게 정리하자면, 첫 번째 산은 봉우리가 있고 계곡이 있는 자연의 일부인 산입니다. 두 번째 산은 호랑이의 우리말인 범을 상징하고 성스러운 대상으로 여겨지는 산입니다. 직접 산멕이에 참가하는 어르신들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조사자 : 산은 어떤 존재인가요? 참가자: 옛날에 우리 조상님들이 범을 믿던 조상들인데 그분들은 다 산을 모시는 거죠.
사실 “산멕이”라는 이름 역시 여기에 등장하는, 범을 상징하는 ‘산’을 먹인다는 의미에서 산멕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산이 상징하는 범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시리얼 포장지에 그려진 주황색 호랑이가 아니라 표범이라는 사실입니다. 대개 호랑이 하면 줄무늬를 가진 시베리아 호랑이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산멕이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산이 상징하는 범이 표범이라고 여깁니다. 그래서 이분들에게 그냥 ‘범’은 표범을 의미하고, 시베리아 호랑이를 말하기 위해서는 ‘줄무늬 호랑이’라고 콕 집어서 지칭해야 합니다.
표범신 산의 신체(神體)
위에 보이는 새끼줄이 바로 산입니다. 더 정확히 새끼줄은 보이지 않는 신인 산의 몸을 나타내는 신의 몸, 신체(神體)입니다. 산멕이를 하시는 분들 중 몇몇 분들은 집안에 산을 모시고 있습니다. 산은 대개 부엌에 있습니다. 과거에 고기가 귀했던 시절에는 시장에서 고기를 사와서 아주 조금 떼어다가 산에게 올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조금씩 모인 고기들은 점점 커졌겠지요. 그러다가 산멕이 날 그 고기를 모아 불로 태웠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조금 더 간소하게 고기를 요리하거나 먹기 전 산을 모신 단 위에 잠깐 올려두었다 내려서 먹는다고 합니다.
산을 주목해야 하는 더 중요한 이유는 산이 단지 표범만을 상징하는 신이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신화적인 시조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단군신화에 따르면 우리는 웅녀의 자손입니다. 실제로 우리 몸속에 곰의 DNA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신화와 이야기의 범주에서 볼 때 곰의 후손인 것이지요. 그런데 산멕이에 참여하는 분들은 자신을 곰이나 호랑이의 후손이 아니라 표범의 후손으로 이해합니다. 저는 산멕이를 보러 가서 표범을 신화적 조상으로 여기는 분들을 처음 보았습니다. 너무도 신기해서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렇게 대답해주셨습니다.
“A: 신화는 잘 모르고 하여튼 범을 믿고 그래요.” “B: 우리를 돌봐주는 범신이라. 마치 단군 어머니처럼 우리를 있게 한 범신이라 이거야.”
조금은 아쉬운 설명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분명히 참가하는 분들이 표범신 산을 믿고, 일상에서 산의 자리를 마련해두고, 산멕이에서 산에게 음식을 올리며 소망을 빈다는 사실입니다.

2. 조상맞이

산굿을 한 뒤에는 조상맞이를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산은 넓은 의미의 조상, 신화적인 조상입니다. 반면 조상맞이에서 모셔지는 조상은 나와 더 가까운 조상, 3-4대 위의 조상입니다. 산멕이를 준비하며 위패가 있는 가정은 가정에서 위패를 조심스럽게 가지고 오고, 위패가 없는 가정에서는 의례 현장에서 약식으로 위패를 만들어 참여합니다.
조상맞이는 각각 차린 제사상을 무속인이 돌아다니며 가정마다 진행합니다. 가정의 대표가 손 위에 삼베와 밥 한 공기를 올리고 기도를 드립니다. 삼베는 조상님께 새롭게 지어드리는 옷을, 밥은 조상님께서 드시는 식사를 의미합니다. 참가자는 삼베와 밥을 든 양 손을 하늘 높이 올립니다. 무속인은 조상님이 내려오라는 노래를 부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조상님이 잘 내려왔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산멕이에서는 삼베와 밥을 든 양손이 덜덜 잘 떨릴수록 조상님이 잘 내려오셨고, 제사상을 잘 받고 있다고 이해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한 가지 재밌는 일화가 있습니다. 제가 산멕이에 참여했을 때, 덩치가 좋고 딱 보아도 건장한 분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두 팔을 높이 들고도 손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무속인이 더 크게 악기를 치고 노래를 부르면서 조상님이 오라고 강하게 빌었습니다. 기도의 힘인지 음악의 힘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건장한 어르신도 손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조상을 잘 모시는 일에는 후손의 마음과 정성도 중요하지만, 조력자인 무속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조상님께 삼베와 밥을 드린 뒤에는 빈 잔을 젓가락으로 치면서 가족의 복과 한 해 운수를 비는 잔맞이를 합니다. 쉽게 말하면 조상들에게 가정의 평안을 비는 의례입니다. 직장, 건강 등 특별한 고민이 있는 가족구성원이 있다면, 그 구성원의 이름을 말하며 조상에게 더 크게 부탁을 합니다.
조상맞이 중 잔맞이를 하는 장면
하늘과 산신에게 산멕이 왔음을 알리는 의례 이후, 오늘은 본격적으로 조상들을 모시는 두 가지 의례를 살펴보았습니다. 신화적 조상인 산과 가까운 조상들은 각기 다른 모습이지만 후손들에 의해서 꽃놀이를 나올 수 있었습니다. 조상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특히나 신화적 조상을 말입니다. 조상의 힘과 역할에 대해서는 많이들 이야기를 합니다. 조상은 우리가 예의를 갖출 때 복을 주는 조력자이기도 합니다. 혹은 조상을 핑계 삼아서 살아있는 사람들이 오랜만에 만나기도 합니다. 저는 산멕이의 조상 의례와 신화적 조상인 산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 다른 고민이 들었습니다. 산멕이에 참여하는 분들은 왜 표범을 자신의 조상으로 찾을까요? 많은 한국인들이라면 자신의 신화적 조상을 단군신화에서 찾습니다. 요즘 누가 단군을 믿느냐고 반문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뿌리, 신화적 조상을 생각할 때 단군을 떠올린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단군신화를 믿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초등학교에서 우리의 신화적 원류를 가르치는 이유는 뭘까요? 더 나아가 각자의 신화적 원류를 찾는 게 아니라 정해진 원류를 배우는 이유는 뭘까요? 왜일까요?
신화적 조상으로의 표범신이라는 독특한 정체의 산은 제게 여러 고민을 안겨주었습니다. 앞의 질문들에는 답이 있기도 하겠고, 누구도 답하지 못할 것도 있어 보입니다. 제가 말하고픈 바는 산멕이와 산의 존재가 제게 질문이 생겨나는 하나의 틈을 만들어줬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들도 산멕이를 살펴보며, 어떤 부분에서일지는 모르지만 낯선 틈이 생기기를 바랍니다. 다음 레터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에디터 J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