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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종교? 불교? 유교? 1

발행일
2021/12/28
검수완료
에디터
에디터J
코너
산멕이되우재밌잖소
오늘의 레터에서는 산멕이에 등장하는 다양한 신들의 존재와 역할을 정리해봅니다. 민속종교의 군웅이나 삼신, 불교의 문수 그리고 조상이 어떤 식으로 함께 융화되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번 레터와 다음 레터 총 두 차례에 걸쳐 신들과 종교적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할 듯합니다. 이번에는 어떤 신들이 등장하는지 그리고 여러 신들이 참가자들의 어떠한 사고방식 위에서 산멕이에 통합되는 지 함께 봅니다.
앞서 산멕이의 순서를 함께 살펴보면서, 산멕이에 등장하는 여러 신들에 대해 보셨을 겁니다. 신들의 유형과 범주는 여러 기준으로 분류해볼 수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유교, 불교, 민속종교라는 기준을 설정해서 나눠보려 합니다. 세 개의 종교 전통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산멕이에 참가하시는 분들이 이런 세 종류로 나눠서 생각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세 종류의 종교 전통이 우리에게 익숙한 기준이기 때문에 기준으로 삼아봤습니다.
가장 먼저 ‘조상과 함께하는 화전놀이’라는 산멕이의 성격을 생각해봅니다. 조상은 우리나라의 유교 전통에서 매우 중요한 존재입니다. 조상을 향한 의례에서는 조상의 혼과 존재를 대신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위패가 사용됩니다. 과거 조선의 양반가에는 집집마다 위패를 모신 작은 사당이 있기도 했습니다. 집에 불이 나면 가장 먼저 위패를 가슴에 품고 나온다고 할 정도로 위패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조상님을 대신하는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초기 천주교인이었던 윤지충이 위패를 불태운 진산 사건의 경우 그 반향이 온 조선을 흔들어서 천주교에 대한 최초의 박해를 낳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위패는 조상님 그 자체를 상징하는 유교의 상징물입니다. 산멕이에서는 조상님과 함께 화전놀이를 가고 또 조상님께 새 옷을 지어서 입혀드리는 등 조상님이 중요한 신으로 모셔집니다. 그래서 유교 제사와 마찬가지로 참여하는 가구마다 집에서 위패를 모셔와 산멕이에 참여합니다. 만약 위패가 없는 경우에는 현장에서 약식 위패인 지방을 작성해 제사상 위에 올려두고는 합니다.
그런데 조상이 중요한 존재로 등장하고, 위패가 사용되기는 하지만 산멕이를 유교 의례라고 규정하기는 어색해 보입니다. 그 이유는 일반적인 유교 전통에서 포함한다고 보기 어려운 군웅신, 산신, 문수보살 등이 산멕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난 레터 5회에서 문수보살이 어떻게 산멕이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군웅신 역시 넓은 의미의 조상으로 여겨지며 산멕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위패와 조상은 유교 전통에서 모시는 신이고, 군웅신과 산신 그리고 삼신할머니는 민속종교에서 흔히 찾는 신들입니다. 또 문수보살은 불교 전통에 속한 존재입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요?
집에서 위패를 가져오지 않은 분들이 현장에서 지방을 제작하는 모습
산멕이에 이렇게 다양한 종교의 신들이 함께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흔히 절에 가면 부처님을 모시고 있고, 성당에 가면 예수님을 볼 수 있고, 무속인을 만나러 가면 장군신이나 군웅신을 만난다고 생각합니다. 성당에 군웅신이 있다거나 절에 관우장군신이 있다고 말하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러 종교적 요소들은 자기만의 영역을 주장하며 분리되어있기보다, 연결되어 있는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절마다 있는 칠성각이나 산신각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칠성과 산신은 부처님과 직접적인 연관이 적은 존재입니다. 칠성이나 산신은 민속종교나 도교라는 범주에 포함시키는 게 적절해 보이기도 합니다. 만해 한용운 선생님은 칠성각과 산신각을 비판하면서 이러한 존재를 절에 모신 게 우습다고까지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불교 신자들은 부처님께도 절을 드리고 뒤로 돌아가 칠성과 산신에게도 인사를 합니다. 현실 속에서 칠성신앙, 산신신앙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불교화 되었습니다. 칠성신앙과 산신신앙이 불교화 된 것과 마찬가지로, 불교에서 유래한 문수보살 역시 민속종교의 범주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산멕이의 한 장면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문수보살, 칠성, 산신을 비롯해 많은 신과 존재들은 불교와 민속종교라는 고정된 범주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이런 얽힘의 원인에는 사회적 환경, 참여자들의 욕구, 종교인들의 전략 등 한 가지로 말하기 어려운 여러 이유들이 있을 것입니다. 어찌되었든 우리 함께 살펴 본 산멕이에 참여하는 분들은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을 하나의 종교 범주로 규정하기를 거부합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못다 풀린 궁금증들은 다음 레터에서 함께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레터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에디터 J 드림
참고자료 김용태, 「조선후기 불교와 민간신앙의 공존 양상 - 산신·칠성 신앙의 불교화」, 『불교학연구』,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