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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겨라 음란마귀 보일라

발행일
2021/10/15
검수완료
에디터
에디터K
코너
가볍게읽는한국신화
(출발 비디오 여행 톤으로)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진 가을, 당신을 찾아온 후끈한 에픽레터. 저혈압을 치료해 줄 음란마귀 이야기가 당신을 찾아왔다. 충격! 우리 옛이야기에도 이런 내용이?! 회사, 학교, 대중교통에서 눈치 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후끈한 이야기. 젊은 과부와 노총각의 러브스토리,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본디 욕망은 누를수록 더욱 커지기 마련
남녀칠세부동석, 엄격한 유교 질서가 지배했던 조선시대라고 욕망이 없었을까? 그건 아닐 거야. 원래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법이잖아.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욕망은 이야기에 스며들었어. 판소리 춘향전은 아주 저 세상 수위라 이 말이야. 정말 남사스러워서 글로도 설명 못 한다 이 말이야. 그런 내용이 춘향전에만 있을까? 아니, 옛이야기에는 정말 많아! 오늘 소개할 이야기는 아주 구체적인 첫날밤 묘사로 입꼬리를 자극하는 <노총각에게 장가가는 법 가르쳐 준 과부> 이야기야.
유교걸에게는 이 주제가 너무 어렵다. 진심이야 / 출처 : 네이버 웹툰 <자까일기>
그 자체로 모순된 존재, 젊은 과부
조선시대에는 결혼해서 남편이 일찍 죽으면 과부가 재가하지 않고 시집의 사람이 되어 평생 사는 모습을 높은 가치로 여겼어. 이런 여성을 ‘열녀’라 불렀지. 조선 후기 들어 열녀 이데올로기가 강화되면서 남편을 따라 죽어야 진정한 열녀라 평가하기도 했어. 이런 상황에서 내 욕망을 드러낸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어.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런 상황에 놓인 사람이 젊다면 어떨까? 이성을 향한 관심과 성적 욕망이 강력하면서도 동시에 억압된 사회 규범을 따라야 하는 존재. 이야기 속 젊은 과부는 엄청난 모순을 간직한 존재야.
젊은 과부와 노총각, 상반된 존재의 우연한 만남
이처럼 젊은 과부는 원하는 것이 있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 먼저 움직일 수 없는 존재야. 젊고 부유해서 언제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자유로울 수 없지. 이런 과부에게 어느 날 불쑥 집에 노총각이 찾아와. 나이 먹도록 장가도 못 간다며 아버지에게 쫓겨난 노총각이 어느날 우연히 젊은 과부집에 숨어들어. 노총각의 사정을 들은 과부는 장가가는 법을 알려준다며 가짜 혼례식을 준비해. 음식을 차리고, 둘이 절도 하면서 혼례식을 치러. 어른 둘이 소꿉놀이하는 상황이 귀엽지 않니? 이미 이때부터 최소 썸이다.
혼례식은 했는데 첫날밤은요?
둘의 이야기는 혼례식에서 끝나지 않아. 노총각이 첫날밤 보내는 방법을 알려달라 조르거든. 그래서 둘은 첫날밤을 보내. 이 장면이 굉장히 구체적인데 옷을 벗고 나란히 누운 후에 총각이 가만히 있자 과부가 가까이 오라 하고, 배꼽에 다가온 노총각의 위치를 조정해준다던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구체적인 움직임을 지시하지. '들어오시오, 나가시오'라며 구령을 붙이기까지 한단다...ㅎㅎ 정말 으른들 아니랄까 뜨겁다 뜨거워. 그리고 둘은 부부가 되어 잘 살았다며 이야기는 끝! 가짜 혼례식이 진짜 혼례식의 역할을 한 거지.
이야기의 핵심, 장가가는 법 알려주고 배우기
노총각과 젊은 과부의 만남은 어른들의 연애, 격정 멜로야. 그런데 둘이 왜 가짜 혼례식이라는 소꿉놀이를 했던 걸까? K가 정말 좋아하는 논문에서는 이 소꿉놀이를 ‘서서히 다가가 과부 스스로 욕망을 드러내도록 유도하는 과정’이라 설명해. 과부가 총각의 꾀에 넘어간 것처럼 보이나, 실은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억눌렸던 욕망을 노총각이 깨워줬다는 거야. 첫날밤 치르는 과정이 싫었다면 과부는 언제든 거절할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서두르지 않는 노총각 덕분에 과부는 직접 행동을 지시하고 구령을 붙일 정도로 적극적으로 변할 수 있던 거지.
나 이런 러브스토리 좋아해 껄껄껄
이거 완전 궁합 맛집!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나 혼자서는 결핍을 채울 수 없는 노총각과, 젊고 부유해서 가능성은 충분하나 먼저 움직일 수 없는 과부의 조합. 이거 완전 궁합 맛집, 서사 맛집 아니냐. 거기다가 진한 스킨쉽까지 드라마 한편 뚝딱이다.ㅎㅎ
오늘의 에픽레터 어땠니? K가 세상 유교걸인 탓에 수위조절이 괜찮나 걱정이 되네. 그런데 우연한 만남이 꼭 해피엔딩은 아니지. 슬프거나 화를 낳는 사랑도 있지. 다음 주는 사랑이 집착으로 변하는 이야기로 찾아올게!
에픽창고
나지영, <민담 속 ‘젊은 과부’ 캐릭터의 ‘존재적 속성’과 서사적 의미>, 문화콘텐츠연구 14, 건국대학교 글로컬문화전략연구소, 2018.
정성희, <조선의 섹슈얼리티 : 조선의 욕망을 말하다>, 가람기획, 2009.
다음주 에픽레터 : 죽어서도 옆에 있을래, 집착의 상사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