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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귀와 훼훼귀신

발행일
2022/01/11
검수완료
에디터
에디터L
코너
수수께끼 가면 연구자의 요괴연구소
에픽로그 경복궁 괴물투어 핸드북에 삽입된 ‘생사귀와 훼훼귀신”
오늘은 조선시대에 기록으로 남아있는 생사귀와 훼훼귀신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습니다. 한국의 귀신은 이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괴사전을 쓸때도 요괴들의 이름을 지어주느라 진땀을 뺀 기억이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생사귀와 훼훼귀신은 그 이름이 기록으로 남아있다는 것이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먼저 생사귀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생사귀

성종 2년 4월 27일 수군장 이결의 꿈에 꿈에 수양대왕(세조)가 나타나 이야기 하길, 불국세계 먼 곳의 바닷속에는 김구앙이라는 자가 살고있는데 그자의 딸이 검물덕이며 그녀가 <조선국 인명 총록책(朝鮮國人名摠錄冊)>이라는 책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것은 모든 조선 사람들의 생사에 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 신비한 책이며 그 책을 가진 검물덕이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가 생사귀라고 한다. 생사귀의 머리와 몸은 흑색이며, 그 뿔은 다섯가지로 날라져 나왔으며, 조선인들의 목숨을 거두어간다고 한다. 이귀신에 궁궐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면 각 8장소에 사슴뿔과 검은 여우머리, 큰 돼지 이빨을 묻어 놓는다면 생사귀가 들어오지 못한다고 한다.
이것이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생사귀의 내용입니다. 생사귀는 저승사자는 아니지안 사람의 혼을 거두어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모든 조선인의 생사에 관한 기록이 되어있는 <조선국 인명 총록책>을 보고 죽을 때가 된 사람을 데려가는 일을 하는 것 인데 딱히 막을 필요가 있는 건지 의문입니다. 생사귀를 막더라도 저승사자가 데려갈 텐데 말입니다.
저승사자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와서 잠깐 삼천포로 빠지자면 한때 <전설의 고향>이라는 공포 프로그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전설의 고향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구미호와 저승사자였습니다. <전설의 고향>에서 저승사자는 검은 옷에 검은 갓을 쓴 모습입니다. 이후 <전설의 고향>의 PD분이 저승사자의 복장의 검은색은 자신이 정한 것이며, 검은색이 죽음의 느낌이 들어서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이 인터뷰가 나온 후로 저승사자의 검은 옷은 픽션이라는 말이 많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저승사자는 도망가는 망자도 잡아야 하기 때문에 형형색의 갑옷을 입은 모습으로 그려지는 민속화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고전문헌 중에 검은 옷을 입은 불길한 존재의 기록을 찾아 볼 수 있으니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추밀(樞密) 한광연(韓光衍)이 음양설(陰陽說)을 무시하고 집을 수축했다. 이웃사람이 꿈을 꾸었는데, 검은 의관을 한 사람 십여 명이 모여 좋지 않은 안색으로 말하기를 “우리 주인이 공사를 일으킬 때마다 우리를 편히 살지 못하게 하니 어떻게 할까” 했다. 다른 자가 “왜 화(禍)를 입히지 않느냐”고 말하자, 다른 이들이 “화를 입히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의 청렴을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꿈에서 깬 이웃사람이 꿈 내용에 대해 한광연의 수행원에게 물으니 바로 한공(韓公)의 집 토신(土神)이라 했다.
이는 <익재집>에 나오는 이야기로 여기서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토신이라며 그 정체가 밝혀집니다. 하지만 검은 옷을 입은 정체불명의 불길한 존재는 <익재집>뿐만이 아니라 <주흘옹몽기>,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도 찾아 볼수 있어 우리 조상들 역시 ‘검은 옷의 존재’를 무언가 두렵고 이질적인 존재로 여겼던 것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훼훼귀신

훼훼귀신은 <조선왕조실록>은 아니고 <속잡록>에 나오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조 15년 7월 비가 잇달아 내렸다. 서울에 요귀(妖鬼)의 변이 있어 밤마다 인가에 소리를 내며 출입하여 사람들이 가위에 눌려 죽는일이 많았다. 하루는 성 안이 크게 소란하고 대궐 안에도 소동이 일어나 사대장군이 궐문 밖에 달려가니 헛일이었다. 귀신이 훼훼하는 소리를 내고 있으므로 모두 ‘훼훼귀신’이라 하였으며 훼훼 귀신들 때문에 사람들의 피해가 많았으니 이는 분명 병자호란때 원통하게 죽은 사람들의 귀신일 것이다.
여기까지가 훼훼귀신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후 기이한 일들이 더 일어났으니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 후 삼남지방에 귀신 난리가 일시에 일어났는데 전라도의 여러 고을이 더욱 심하였다. 구례지방에서는 서너명의 여인이 가위눌려 죽었다. 귀신이 처음 마을에 들어올 때에는 큰 소리로 시끄럽게 떠들며 들어오는데 전주 사람들은 처음에는 귀신인지 잘 모르고 문을 열고 나가보니 무엇이 사람을 붙잡아 가는 것이었다. 활을 쏘아 죽은 뒤에 보니 까치였다. 그 뒤에 또 무엇이 와서 소리치므로 여러 사람이 막대기로 치니 땅에 떨어지는데 뒤웅박같은 물건이었다. 그 물건의 견고함이 쇠덩이 같이 단단해서 깰 수가 없어 도끼로 찍으니 그 속에서 까치 수십마리가 나와 날아갔다. 본부(本府 남원(南原))부사가 서울갔다가 내려오면서 공주에 이르러 밤을 지내는데 요귀의 변괴를 만나 간신히 밤을 지내고 돌아왔다 한다.
훼훼귀신은 가위를 눌리게 해서 죽이는 요귀입니다. 즉 그 이후에 등장하는 전라도의 구례지방에서 여인들을 가위에 눌리게 해서 죽인 것은 훼훼귀신일지도 모르겠지만 전주에서 사람을 붙잡아 가려다 화살에 맞고 죽은 까치요괴나, 소리를 질러 여러사람이 막대기로 때리니 까치 수십마리가 들어가 있는 뒤웅박이 되어버린 요괴는 아마 훼훼귀신과는 다른 요괴나 귀신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